달빛 프린스 컨셉은 순수, 대화는 19금

지난 23일 방송인 강호동의 KBS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예능 프로그램 <달빛 프린스>가 첫 방영을 하였습니다. 매주 게스트가 한 권의 책을 직접 선정하여 그 책에 따라서 주제가 선정되는 유쾌한 예능프로그램인데요. 강호동, 탁재훈, 정재형, 용감한 형제, 최강창민 등 5명의 공동MC로 진행되었습니다. 첫 방송, 첫 게스트는 배우 이서진이었으며, 그가 선정한 책은 황석영의 개밥바라기 별이라는 책이었습니다. 사춘기와 학창시절 그리고 연애담 등등 책의 배경인 80~90년대에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쏟아냈습니다.


게스트가 선정한 책에 따라서 주제가 정해진다는 것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는데요. 매주 주제가 바뀌고 대화 내용이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강압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토크가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.

북 토크쇼과 버라이어티 예능의 차이
북 토크쇼라는 신선함을 가지고 있었지만, 여기에는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있었습니다. 우선 강호동을 주축으로 한 MC들이 북 토크쇼를 어떻게 이끌어갈까 하는 것입니다. 사실 첫 방송이라서 그런지 프로그램이 전체적으로 너무 어수선했는데요. 선정된 책을 주제로 토크가 진행되었지만, 전체적인 대화 내용은 예능적인 토크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.


책 소개와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는 제쳐두고, 책을 빌미로 웃음과 감동을 유발하려는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. 책은 그저 프로그램의 소재와 재미를 위해서 이용된 듯한 느낌이 들었지요. 개인의 사생활을 이야기하는 버라이어티 예능이 아니라, 북 토크쇼의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. 책이 가지고 있는 교양적인 이야기나 교훈과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.

컨셉은 순수, 대화는 19금
북 토크쇼라는 프로그램의 컨셉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. 그런데 프로그램의 컨셉만 순수할 뿐 MC와 게스트들의 대화 내용은 전혀 그렇지 못했는데요. 특히, 일탈과 관련해서는 19금을 넘나드는 발언으로 프로그램 컨셉과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.


용감한 형제는 첫키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'자신은 중학교 2학년 때 첫 키스를 처음 해봤다'며 그 당시 만난 여자친구가 어느 날, 파란 용달차로 부르더니 나에게 키스를 했다. 처음해보는 키스인지라 여자친구가 시키는 대로 내 몸을 맡겼다'고 고백을 했습니다. 그리고 '그 뒤에는 본인이 직접 여자친구를 부르게 됐다'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 케했습니다.

자신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만, 북 토크쇼가 가지고 있는 컨셉과 다른, 수위 높은 대화 내용은 웃음의 억지스러움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.

북 토크쇼 MC가 강호동?
달빛 프린스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MC들에 대한 걱정입니다. 우선 MC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인데요. 이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책이라는 이미지가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.

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메인 MC 강호동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책과는 사실 너무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. 좌중을 압도하는 큰 목소리와 몸짓, 오바스러운 리액션은 이런 북 토크쇼보다는 뛰어다니며 웃음을 줄 수 있는 1박 2일, 런닝맨과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더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. 강호동이 가지고 있는 목소리나 풍기는 분위기는 문화 교양 토크쇼와는 많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.


그리고 북 토크쇼를 이끌어가려면 어느 정도 관련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. 그래야지만 북 토크쇼와 어울리는 애드립도 나오고 교양과 예능의 미묘한 사이에서 웃음도 유발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. 그런데 현재 강호동뿐만 아니라 MC들 모두 북 토크쇼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.

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. 회가 거듭될수록 북 토크쇼라는 신선한 컨셉과 MC들의 재치 있는 입담 그리고 게스트들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.

달빛 프린스가 언제쯤 전 프로그램, 승승장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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